첫 색을 섞는 날
SOL에 쓰인 첫 번째 색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행착오와 비율.
SOL에 쓰인 첫 번째 색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행착오와 비율.
SOL의 첫 색은 따뜻한 회색이어야 했습니다. 도시의 오후 빛을 닮은, 그러나 도시의 차가움은 뺀 색. 그 색을 만들기 위해 남산 황토와 북한산 석회를 섞기로 했습니다.
같은 양을 섞었습니다. 결과는 너무 누렇고, 흙 냄새가 짙었습니다. 석회가 황토의 노란빛을 잡아주지 못했습니다. 비율이 문제가 아니라, 두 안료의 입자 크기가 달라 섞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두 안료 모두 200번 체를 통과시킨 뒤 다시 섞었습니다. 이번에는 입자가 잘 섞였고, 색이 균일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누랐습니다. 황토의 비율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황토 1에 석회 3. 이번에는 희끄무레했습니다. 따뜻함이 사라졌습니다. 황토가 너무 적어, 색이 아니라 빛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황토 1에 석회 2. 이 비율에서 처음으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따뜻하지만 누렇지 않고, 회색이지만 차갑지 않은 색. SOL의 바탕색이 이 비율로 정해졌습니다.
비율이 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율이 색을 드러냅니다.
세 번의 시도를 모두 적어 두었습니다. 안료의 양, 체의 번수, 섞은 순서, 마른 뒤의 색. 이 기록이 없었다면, SOL의 바탕색을 다시 만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자연 안료는 같은 돌이라도 채집 때마다 달라서, 기록이 곧 안료의 일부입니다.
첫 색을 섞은 날은, SOL이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그 뒤로 11가지 색이 더해졌지만, 이 1:2의 따뜻한 회색은 끝까지 그림의 바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