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서 안료로 — 분쇄와 체질
같은 돌이라도 굵기가 다르면 색이 달라집니다. 체의 번수를 바꾸며 비교한 기록.
같은 돌이라도 굵기가 다르면 색이 달라집니다. 체의 번수를 바꾸며 비교한 기록.
한강 둔치에서 주운 회색 자갈을 처음 깼을 때, 안에서 두 가지 색이 나왔습니다. 겉은 도시의 먼지가 앉은 어두운 회색이었고, 갈린 면은 더 밝고 투명한 회색이었습니다. 같은 돌 안에서도 색이 다르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채집한 돌은 하루 종일 물에 담가 소금기와 먼지를 뺍니다. 그 뒤 햇볕에 이틀 말립니다. 서울의 가을 햇볕은 강해서 돌이 바짝 마릅니다. 마르지 않은 돌을 갈면 물기가 안료를 뭉치게 만듭니다.

막자사발로 먼저 굵게 깹니다. 이 단계에서는 빠르게 부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다음 막자를 더 무겁게 눌러 가늘게 갑니다. 한 번에 가늘게 가려 하면 시간만 더 걸리고, 안료가 곱지 않습니다. 두 단계로 나누는 것이 결국 더 빠릅니다.
갈린 가루를 체로 칩니다. 100번, 200번, 325번 체를 차례로 씁니다. 100번을 통과한 가루와 325번을 통과한 가루는 손끝에 담는 느낌부터 다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칠한 뒤 마른 색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100번 체의 회색은 캔버스 위에서 거칠고, 빛을 받으면 입자가 보입니다. 325번 체의 회색은 매끄럽고, 빛을 더 깊이 흡수합니다. SOL의 바탕에는 두 가지를 섞어 썼습니다. 거친 입자가 그림의 결을 만들고, 고운 입자가 그 결을 채웁니다.
체 한 번의 차이가, 그림의 결을 바꿉니다.
325번 체를 통과하지 못한 거친 입자는 보통 버립니다. 하지만 SOL에서는 그 입자를 따로 모아, 마지막 층에 아주 얇게 뿌렸습니다. 빛을 받으면 그림 표면에서 반짝이는 작은 점이 됩니다. 버려야 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 그림의 마지막 층이 되었습니다.
안료 만들기는 줄이는 일이 아니라, 나누는 일에 가깝습니다. 같은 돌에서 몇 가지 색을 나누어 내는 것. 그 나눔이 그림의 층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