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료 · 8분

돌에서 안료로 — 분쇄와 체질

같은 돌이라도 굵기가 다르면 색이 달라집니다. 체의 번수를 바꾸며 비교한 기록.

한강 둔치에서 주운 회색 자갈을 처음 깼을 때, 안에서 두 가지 색이 나왔습니다. 겉은 도시의 먼지가 앉은 어두운 회색이었고, 갈린 면은 더 밝고 투명한 회색이었습니다. 같은 돌 안에서도 색이 다르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세척과 건조

채집한 돌은 하루 종일 물에 담가 소금기와 먼지를 뺍니다. 그 뒤 햇볕에 이틀 말립니다. 서울의 가을 햇볕은 강해서 돌이 바짝 마릅니다. 마르지 않은 돌을 갈면 물기가 안료를 뭉치게 만듭니다.

막자사발로 간 돌
막자사발로 간 한강 자갈

분쇄 — 굵기의 단계

막자사발로 먼저 굵게 깹니다. 이 단계에서는 빠르게 부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다음 막자를 더 무겁게 눌러 가늘게 갑니다. 한 번에 가늘게 가려 하면 시간만 더 걸리고, 안료가 곱지 않습니다. 두 단계로 나누는 것이 결국 더 빠릅니다.

체질 — 번수가 색을 바꾼다

갈린 가루를 체로 칩니다. 100번, 200번, 325번 체를 차례로 씁니다. 100번을 통과한 가루와 325번을 통과한 가루는 손끝에 담는 느낌부터 다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칠한 뒤 마른 색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100번 체
100번 체 · 거친 회색
325번 체
325번 체 · 맑은 회색

100번 체의 회색은 캔버스 위에서 거칠고, 빛을 받으면 입자가 보입니다. 325번 체의 회색은 매끄럽고, 빛을 더 깊이 흡수합니다. SOL의 바탕에는 두 가지를 섞어 썼습니다. 거친 입자가 그림의 결을 만들고, 고운 입자가 그 결을 채웁니다.

체 한 번의 차이가, 그림의 결을 바꿉니다.

버려지는 것도 색이다

325번 체를 통과하지 못한 거친 입자는 보통 버립니다. 하지만 SOL에서는 그 입자를 따로 모아, 마지막 층에 아주 얇게 뿌렸습니다. 빛을 받으면 그림 표면에서 반짝이는 작은 점이 됩니다. 버려야 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 그림의 마지막 층이 되었습니다.

안료 만들기는 줄이는 일이 아니라, 나누는 일에 가깝습니다. 같은 돌에서 몇 가지 색을 나누어 내는 것. 그 나눔이 그림의 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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