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 · 5분

닳아가는 붓에 대하여

14개월 동안 쓰며 닳은 붓이 그림의 결에 남긴 흔적.

자연 안료는 튜브 안료보다 거칩니다. 입자가 굵고, 입자마다 무게가 다릅니다. 그래서 붓에 더 무리가 갑니다. SOL을 그리는 14개월 동안, 여덟 자루의 붓이 닳았습니다.

처음 쓰는 붓

새 붓은 표면을 부드럽게 칠합니다. 하지만 자연 안료를 세 번째 칠할 즈음이면, 털 끝이 조금 벌어집니다. 그 벌어진 틈 사이로 굵은 입자가 걸려, 다음 칠 때 결이 생깁니다. 처음엔 이 결이 불편했습니다.

닳아가는 붓
여덟 자루의 붓, 왼쪽이 가장 먼저 닳은 것

닳음이 되려면

세 달을 쓴 붓이 되려, 털 끝이 더 이상 뭉치지 않고 자연히 벌어졌습니다. 이 붓으로 칠하면, 안료가 고르게 퍼지지 않고 줄을 그립니다. 그 줄이 SOL의 표면을 이루는 가느다란 결이 되었습니다.

닳지 않은 붓은 표면을 칠하고, 닳은 붓은 결을 그립니다.

버리지 않는 이유

닳은 붓을 버리지 않습니다. SOL이 끝난 뒤에도, 여덟 자루의 붓을 작업대 서랍에 두었습니다. 다음 그림에서도, 처음부터 닳은 붓으로 시작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새 붓이 닳을 때까지의 시간이 그림의 첫 층을 만듭니다.

붓은 도구이지만, 자연 안료를 다루는 붓은 그림의 일부입니다. 털이 닳는 속도가 그림이 만들어지는 속도와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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