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 7분
캔버스와 시간
바탕을 세 번 바르는 이유와, 첫 번째 층이 마르는 데 걸리는 시간.
바탕을 세 번 바르는 이유와, 첫 번째 층이 마르는 데 걸리는 시간.
SOL의 캔버스는 1200×900mm. 이 크기의 캔버스에 안료를 칠하기 전, 바탕을 세 번 바릅니다. 각 층이 마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림의 시작을 늦춥니다.
아교를 물에 희석해 캔버스 결을 먼저 잡습니다. 이 층이 마르는 데 5일이 걸립니다. 서울의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7일까지 늘어납니다. 이 층이 마르지 않으면, 다음 층이 캔버스에 스며들어 결을 망칩니다.

북한산 석회를 아교에 섞어 바탕을 바릅니다. 이 층이 안료가 캔버스에 닿는 첫 표면이 됩니다. 3일이면 손으로 만져질 만큼 마르지만, 다음 층을 바르기까지 10일을 기다립니다. 서두르면 바탕이 갈라집니다.
남산 황토와 북한산 석회를 1:2로 섞은 따뜻한 회색을 바릅니다. 이 층이 SOL의 첫 색입니다. 이 층이 마르는 데 2주. 세 번의 바탕을 바르기만 해서 한 달이 지났습니다.
기다림이 그림의 첫 재료입니다.
한 번에 두꺼운 바탕을 바르면, 겉만 마르고 속은 젖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속에서 갈라집니다. 얇게 여러 번 바르는 것이, 결국 가장 오래 견딉니다. 자연 안료 그림은 느린 것이 아니라, 느려야 하는 것입니다.
SOL의 캔버스 준비에만 한 달, 안료 칠에 13개월. 그림의 시간은 캔버스에서 시작되지 않고, 캔버스를 준비하는 데서 시작됩니다.